BTS·오징어게임 확인한 K콘텐츠 저력…다음 목표는 글로벌 플랫폼

입력 2021-11-03 16:44   수정 2021-11-03 17:27



"K팝, 기생충, 오징어게임을 세계에 선보인 한국이 다음 블록버스터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를 배포할 글로벌 플랫폼이다."

3일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봉준호 영화감독의 사진을 담은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세계 각국에 배달됐다. FT는 1면 상단과 한면을 할애해 한국이 다음 히트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인공은 글로벌 플랫폼이다.

'한류'라는 이름으로 나라 밖에 처음 알린 한국 콘텐츠는 과거 아시아인들만 열광하던 문화였다. 하지만 이젠 동서양을 넘어 세계인의 문화 의식을 파고들고 있다. FT는 적극적 국가 지원, 해외 문화를 흡수·발전시키려는 의지, 수출지향적 사고방식이 결합해 한국 콘텐츠 부흥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20년 넘게 만들어진 성공스토리"

한국의 걸그룹 블랙핑크는 세계 음악 아티스트 중 가장 많은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세계 구독자는 6520만명. 한국 인구보다 많은 사람들이 블랙핑크가 생산하는 콘텐츠에 열광하고 있다.

BTS는 한국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뮤지션으로 자리잡았다. 조직적인 팬덤이 문화로 성장하면서 중국 정부는 이들의 팬 SNS 계정까지 차단했다.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봉준호 감독에게 오스카상을 안겨준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청한 오징어게임은 세계의 영화관과 TV 콘텐츠 시장을 정복했다. 두 작품은 경제적 불안정성과 사회폭력에 대한 한국식 사고를 세계에 알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에 따르면 2019년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업 매출은 1070억달러다. 한국 콘텐츠는 이웃국가인 중국과 일본이 이루지 못한 방식으로 글로벌 주류시장에 진입했다고 FT는 평가했다.

버니 조(한국이름 조수광) DFSB 콜렉티브 대표는 "이것은 단지 문화적인 순간이 아니다"며 "20년 넘는 기간 동안 만들어진 벼락성공스토리(overnight success story)"라고 말했다.
K콘텐츠, 아시아 넘어 전세계로
한국 대중문화는 1990년대 전까지 영화계에서만 일부 매니아 층을 형성했다. 1990년대 초반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면서 한국에도 엔터테인먼트 시대가 열렸다. 이후 음악시장 흐름은 기업과 에이전시가 주도하는 10대 아이돌로 바뀌었다.

정부가 문화 콘텐츠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다.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제조업 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한류'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당시 한류를 키운 것은 케이블 등 광대역망이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 한류는 아시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2006년 가수 비가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콘서트를 열었지만 여전히 한계가 컸다. TV 라디오 잡지 등 전통 매체에 진입하기엔 여전히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다.

서구권에서 K팝의 물꼬를 튼 것은 SNS다.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양방향 소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K팝 그룹들은 단단한 팬덤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개방적인 문화는 한국 콘텐츠 성공의 또다른 열쇠가 됐다. 해외시장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일본, 플랫폼 차단에만 집중했던 중국과 달리 한국은 늘 나라밖에 관심을 뒀다. 수출 주도형 경제체제도 한국 콘텐츠의 성장 기반이 됐다.

한미경제연구소의 권영 연구원은 "일본의 문화적 순간은 비디오카세트 시대였지만 한국인에겐 유튜브가 있었다"며 "경쟁자가 없다"고 했다.
다음 주자는 메타버스 플랫폼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한국이 유튜브 시대의 강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예고편이 됐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5년 간 투입한 금액만 6억5000만달러다. 올해에만 4억6000만달러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이 플랫폼에서 조회수 1억회를 넘긴 오징어게임은 한국 콘텐츠 시장에 숙제도 안겼다.

박혁태 KOCCA 산업정책팀장은 "넷플릭스는 한국제작사에 10~15% 마진만 주고 지적재산권을 모두 가져가고 있다"며 "오징어게임이 성공했지만 돈을 버는 곳은 넷플릭스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 콘텐츠 기업들은 플랫폼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서장호 CJ ENM 상무는 "당분간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장기적으론 스트리밍서비스 투자 등 한국형 플랫폼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BTS 기획사인 하이브엔터테인먼트는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가 속한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하면서 한국형 비즈니스 모델 수출에 나섰다.

다음 주자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게임기업 컴투스는 메타버스 기술을 보유한 WYSIWYG에 투자했고 넷마블은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자회사를 설립했다. JYP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도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등에 예산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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